우리는 오랫동안 봄의 상징을 '벚꽃'으로만 한정 지어 왔습니다. 4월 초순 화려하게 피어났다가 봄비와 함께 순식간에 흩날려 버리는 벚꽃의 궤적을 쫓으며, 비로소 봄이 왔고 또 지나간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우리의 5월 풍경은 확연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 바로 일상 속 '이팝나무'의 발견입니다.
5월에 접어들며 도시는 다시 한번 하얀 눈꽃을 맞이합니다. 벚꽃이 남기고 간 아쉬움을 달래주듯, 거리 곳곳에 자리 잡은 이팝나무가 소담스러운 하얀 꽃송이를 일제히 터뜨리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았거나 무심코 지나쳤던 이 나무들이 어느새 가로수의 주역으로 성장하면서, 우리가 인식하는 봄의 색채와 형태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가로수의 세대교체를 넘어, 매일 걷던 도시의 일상 풍경이 낯설고도 아름답게 새로워지는 경험입니다. 화려함보다는 수수하고 풍성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이팝나무는, 짙은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5월의 도심에 차분하고도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초여름의 길목에서 마치 하얀 쌀밥처럼, 혹은 가지 위에 소복이 쌓인 눈처럼 거리를 장식하는 이팝꽃을 보며 우리는 비로소 '벚꽃 이후의 봄'이 지닌 새로운 깊이를 실감하게 됩니다.
벚꽃만 생각했던 봄의 기억이 5월의 이팝나무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지금 이 시점. 매연과 미세먼지 속에서도 묵묵히 하얀 꽃을 피워내는 이팝나무는,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계절의 변화를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을 조용히 건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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