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투자 성장기 (특별편)
최고 챔피언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자태, 목계(木鷄)
시장이라는 거대한 사각의 링 위. 수많은 투자자들이 매일같이 피를 흘리며 주먹을 휘두른다. 붉은색과 푸른색의 숫자들이 번쩍일 때마다 누군가는 환희에 차서 포효하고, 누군가는 공포에 질려 수건을 던진다.
벨라이언은 서재의 불을 끄고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에 의지한 채 차트를 응시했다. 극심한 변동성. 폭락과 급등이 교차하는 미친 장세 속에서 그의 친구 성수는 결국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손실을 확정 지었다. 상대를 향한 두려움, 그것은 이미 링에 오르기 전부터 패배를 의미했다.
진정한 챔피언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벨라이언은 문득 고(故) 이건희 회장이 1979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을 때, 부친인 이병철 회장에게서 받았다는 선물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것은 화려한 제왕의 검도, 값비싼 족자도 아니었다. 그저 투박하게 나무로 깎아 만든 닭, '목계(木鷄)' 그림과 '경청(傾聽)'이라는 휘호였다.
〈장자(莊子) 달생편에 나오는 목계 우화〉
중국 주나라 선왕은 닭싸움을 몹시 좋아했다. 어느 날 최고의 투계 조련사인 기성자에게 싸움닭을 훈련시키라 명했다.
열흘 뒤 왕이 묻자 기성자가 답했다. "사납고 제 기운만 믿고 있어 아직 멀었습니다."
다시 열흘 뒤. "다른 닭의 그림자만 보아도 바로 달려드니 좀 더 기다려야 합니다."
또 열흘 뒤. "아직도 다른 닭을 보면 눈을 흘기고 교만하게 군다!"
드디어 40일째가 되자 기성자가 말했다.
"이제는 다른 닭이 소리를 지르고 위협해도 나무로 만든 '목계(木鷄)'처럼 동요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감히 가까이 오지 못하고 그 압도적인 자태를 보기만 해도 달아납니다!"
벨라이언은 등받이에 깊숙이 기대어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기성자의 투계 등급을 그려보았다. 기운만 믿고 덤비는 하수, 작은 그림자(뉴스)에도 즉각 반응하는 중수, 그리고 눈을 부라리며 교만한 고수.
하지만 최고 챔피언은 달랐다. 챔피언은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훈련 기간 동안 과거의 무수한 챔피언들의 데이터를 통해 '절대 지지 않을 만큼'의 실전 경험을 뼛속에 새긴다. 오직 이기는 경험만을 장착하고 실전 링에 오르는 것이다. 이 치열한 자본의 링 위에서 단 한 번의 치명적인 패배는 곧 영원한 은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상대 닭이 아무리 목 깃털을 고추세우고 무섭게 달려들어도, 마치 나무로 깎은 닭처럼 늠름하게 가만히 있는 것."
상대방 앞에서 무서워 울고, 폭락하는 숫자에 분노하여 부들부들 떤다면 그것은 이미 시장에게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평정심을 잃고 분노하는 순간, 승부는 끝난다. 어떠한 칭찬(급등)이나 비난(폭락)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지녀야만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과거 타이슨이 전성기 시절 링에 오를 때 뿜어내던 그 독한 눈빛. 그것은 상대를 죽이겠다는 얄팍한 분노가 아니었다. 챔피언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 완벽하게 거세된 포식자의 고요함이었다.
"사람으로서, 인간으로서 느끼는 희로애락의 눈빛과 마음은 모두 버려야 한다."
피 튀기는 링 위에서 인간의 본성—탐욕과 공포—을 짊어지고 싸우는 자는 필패한다. 그저 숨 쉬듯 훈련된 원칙을 기계처럼 실행해 내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이병철 회장이 아들에게 '경청'과 '목계'를 동시에 선물한 이유도 그것이리라. 교만을 버리고 상대(시장)의 흐름에 깊이 귀를 기울이되, 결단이 섰다면 나무 닭처럼 요동치지 말라는 준엄한 당부.
벨라이언은 천천히 눈을 떴다. 화면 속 빨간색과 파란색의 폭풍이 여전히 휘몰아치고 있었지만, 그의 호흡은 놀랍도록 차분해져 있었다.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싸우기 전, 요동치지 않는 묵직한 자태만으로 이미 상대를 압도하는 것. 그것이 그가 도달하고자 하는 투자의 최종 단계, '최고 챔피언'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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